일본 만화 전후 50년사 - 2

1장 빨간 책 만화의 출판

패전과 만화 출판

1945[쇼와(昭和)20]의 패전을 계기로 일본은 크게 방향전환을 하게 된다. 정치경제는 물론이고 대중의 문화도 급격하게 변모하게 된다. 아메리카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문화와 생활관습이 이입되어, 이제까지의 전쟁에서 심신이 모두 피폐해졌던 대중의 생활에 급속도로 침투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여성의 패션을 중심으로 아메리칸 모드가 유행하고, 영화에서는 키스신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노상에서는 전쟁고아가 넘쳐나고, 거리 구석에서는 판판[i]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었다. 생활의 궁핍함과 미지의 문화에 대한 동경이 혼연일체로 동거하는, 그것이 패전직후의 일본이 취한 첫 번째 자세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취급하는 스토리 만화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이전에 존재하던 만화들이 전후 완전히 모습을 바꾸어 새로운 스타일의 표현으로 다시 태어났는가 하면, 실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신구가 혼연일체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다. 오히려 어느 시기까지는 전전의 만화출판의 형태나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고, 새로운 형식의 만화와 융합되면서 보다 확산되는 형태로 전후에 개화한 것이다. 정반합(正反合)적인 전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혼돈된 문화상황이 '빨간 책 만화'의 유행을 낳았다.

당시는 빨간 책 만화의 유행자체가 문제시되었다. 그 통속적인 내용과 조악한 제본이 적대시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전후에 있어서 만화로 인해 촉발된 사회적 사건 제1호로 들 수 있을 것이다. [ii]

그렇다면 빨간 책 만화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 책의 독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는 것이 틀림없다. 빨간 책 만화란 조악한 종이에 인쇄된 만화단행본으로, 중앙의 대규모 출판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영세한 약소출판사가 만들어낸 출판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출판통제가 가해지고 있던 전쟁시와 비교해 볼 때, 전후는 GHQ[iii]의 검열이나 용지의 통제가 있었을 뿐, 비교적 자유로운 출판 분위기가 발생하고 있었다.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오락에 대한 흥미를 이런 출판물이 흡수해 가게 되었다. 동시기에는 어른 지향의 [리베랄]이나 [적과 흑]등의 카스토리[iv]잡지가 범람하지만, 빨간 책 만화는 그것의 어린이 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그런 빨간 책 만화의 출판상황을 살펴보겠지만, 느닷없이 본제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 곁길로 새 보도록 하자. 시야를 넓혀서, 일단 동시대의 다른 움직임에 눈길을 돌려보자. 빨간 책 만화 단행본의 출판과 함께, 미미하지만 어린이용 만화잡지창간의 움직임이 40년대 후반에 발견된다. 이 점을 먼저 기억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시의 어린이만화의 출판은 싸구려 잡지와 단행본의 양대 산맥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양자가 등을 맞댄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이 서로 앞을 다투어 어린이의 흥미를 끌어들이려고 고심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먼저 잡지쪽을 간단하게 정리해 두고, 그 뒤에 빨간 책 만화에 대해서 상세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역자주 : 한국에서 빨간 책이라고 하면 대개 외설물을 지칭하는 은어이지만 일본에서 말하는  빨간책이란 2차대전 후의 출판자유화 이후 발간된 조악한 책을 가리키며, 실제로 외설물을 뜻하는 단어는 ‘비니혼(ニ本)’이다. 비니는 곧 비닐을 말하는 것으로 외설물은 대개 내용을 볼 수 없도록 비닐로 랩핑되어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i] 역자주: 매춘부

[ii]역자주 : 이런 조악한 제본의 만화는 비단 일본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역자가 국민학교 - 현재의 초등학교에 해당 - 저학년시절<1973-1975>에 주로 보았던 대본소용의 만화책들은 모두 조악하게 인쇄된 만화를 비닐커버로 싸고, 그것을 굵은 철사로 철한 형태의 것이었다. 당시의 학생 시내버스 요금이 10원이었고 만화 대본료는 권당 5원정도였다. 또한 당시의 대본소는 어두침침하고 좁은 단칸방에서 긴 나무의자 몇 개와 대본용 만화책을 가지고 영업하고 있었으므로, 최근의 까페보다 더 편한 대본소에 익숙한 독자로서는 상상이 안될지도 모른다.

[iii]역자주 : General HeadQuarters 군총사령부로써 전후 일본을 통제한 군정을 뜻한다

[iv]역자주: 카스토리[カストリ]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에서 출판자유화를 계기로 발행되었던 대중용 오락잡지를 가리킨다. 이들은 조악한 용지에 인쇄된 싸구려 잡지로써, 그 내용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본위가 대부분이었으며 에로(/성풍속), 그로(엽기/범죄)로 특징지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선 등의 유흥가 탐방기사, 엽기사건기사, 성생활고백기사, 포르노소설 외에도 성적인 흥분을 유발하는 여성의 사진이나 삽화가 게재되었다. 그 어원에 대해서는 다음의 2가지가 있다.

1> 이런 오락잡지의 대부분이 조악했기 때문에 대개 3호로 폐간을 맞은 것을 [3홉만 마시면 나가떨어진다고 말하던 카스토리술(저급주)]에 빗대서 부른 명칭이다. 카스토리술이란 청주의 주정에서 증류한 소주를 말하지만 당시에는 조악한 밀조주를 총칭해서 카스토리술이라고 불렀다. 그 중에는 공업용의 메틸알콜을 술 속에 섞은 것이 나돌아서 그것을 마신 사람이 실명하는 사건도 다발하였다.

2> 용지의 항에서 살펴보겠지만 선화지(仙花紙)(폐지를 다시 풀어서 뜬 질이 나쁜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종이 쓰레기(カス)를 떠서(トリ)만든다는 뜻으로 [카스토리]잡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용지 : 당시는 전후의 통제 때문에 물자가 부족하였고 인쇄용지는 당국에 신청해서 배급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저급한 오락용 출판물로는 용지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통제에서 벗어나 있던 선화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선화지는 폐지 등을 다시 풀어서 뜬 재생지로 지질이 나쁘고 쉽게 열화되기 때문에 현존하고 있는 것도 보존상태가 열악한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도 카스토리 잡지의 대표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 [리베랄]이나 [별책모던일본][부부생활]  등은 수년간 출판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어원으로 보자면 카스토리잡지라고 할 수 없지만 이들이 모두 전후 창간되어 상시의 세상사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카스토리잡지에 포함시켜서 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리베랄(1945년에 발매된 1946 1월호가 창간호)20만부의 발행수를 자랑해 이후 많은 잡지에 그에 영향을 받아 창간 러시를 이루었다. 이런 잡지 중의 하나인 엽기(獵奇) 2호는 [H대좌부인]을 게재해서 외설문서로 적발을 받았다. 이것이 전후 최초의 적발이라고 한다.

출처> 위키페디아 저팬.



by sharkman | 2007/10/09 23:11 | 趣味生活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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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7/10/09 23:21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 내용들도 기대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수령사마 at 2007/10/10 03:44
허어... 재미있는 내용이군요. 저도 기대를 해도 되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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