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그 후 수 킬로 초는 에즐의 인생에서 가장 바빴다. 지미 디엠의 끔찍한 실패는 여전히 그의 뇌리에 깊게 낙인 찍힌 채였다. 지우려야 지울 방법이 없었다. 인간과 자연 양쪽이 끼친 피해 덕분에 남은 것을 회수해서 지키는 것만으로 힘에 벅찼다.
다음 날, 토마스 나우는 숙소와 하머페스트 동의 생존자를 향해 연설했다. 윈도에 얼굴을 드러낸 나우는, 극히 초췌해 있었고 평소처럼 매끄러운 말투가 아니었다.
“제군, 축하하네. 우리는 온오프 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강렬한 재발화를 견뎌냈네. 더구나 엄청난 배신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일세.”
큰 홀에 운집해 있는 피로한 에머전트와 첸호를 노려보기라도 하는 듯 나우는 카메라를 향해 몸을 내밀었다.
“앞으로 몇 메가 초는 피해의 확인과 재생작업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일세…. 하지만 지금 솔직히 말해두어야 하는 것이 있네. 양쪽 선단의 첫 번째 전투에서 첸호는 막대한 손실을 보았네.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에머전트 역시 그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군. 우리는 손해의 규모를 이제껏 감추어왔네. 왜냐하면, 예비 부품이나 의료설비는 물론 아라크네 별에서 인양한 자원과 물자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일세. 안전관리상 문제만 해결되면 전문기술을 가진 첸호 상급선원의 도움도 빌릴 생각이었네. 그렇게 해야 겨우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였단 말이야. 하지만, 어제의 폭파사건으로 그 최후의 안전선이 무너져 버렸네. 지금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램스쿱 엔진은 단 하나도 없네. 폐선에서 쓸만한 부품을 모아서 재생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불명한 상태야.”
항성간 우주선 끼리 충돌한 것은 2척뿐이지만, 기능을 가장 제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 파트레이저 호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미의 테러 덕분에 추진기관과 생명유지 장치의 태반이 고철로 변해버렸다.
“제군 대다수는 최근 수 킬로 초 동안에 목숨을 걸고 휘발물질을 회수해 주었네. 이 부분의 피해는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지. 이번 재발화가 이 정도로 격렬해 진 것도, 다이아몬드 덩어리 사이에 파고든 얼음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니까. 이미 소식을 들은 사람도 있겠지만, 얼음 덩어리는 거의 회수작업을 완료했고 아직 떠다니는 것은 불과 3개뿐이야.”
이 3개와 그보다 훨씬 작은 덩어리 몇 개를 회수하는 작업에는 베니 웬과 조 신이 협력하고 있었다. 거리는 불과 30킬로밖에 안 되지만 큰 덩어리는 질량이 10만 톤에 달했다. 견인에 쓸 수 있는 기자재는 연락선 몇 척과 기능이 일부를 상실한 기중선 한 척밖에 없었다.
“온오프 별의 방사 에너지는 1제곱미터당 2.5킬로와트까지 내려갔네. 이 정도의 복사광선이라면 얼마든지 작업이 가능하지. 적절한 장비를 착용한 작업원도 단시간이라면 작업할 수 있네. 하지만, 공기 눈의 대부분은 잃어버렸고 얼음도 상당 부분이 소실됐네.”
나우는 양손을 펼치고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우리는 첸호의 네트워크 방송에서 배웠던 많은 역사적 상황과 마찬가지 사태에 처해있네. 전투에 눈이 먼 나머지 멸망의 위기에 빠진 것이지. 지금 우리가 가진 장비로는 도저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네 – 어느 쪽 별이건. 기껏해야 회수한 자원으로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계산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해. 5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오래전부터 인구에 회자하는 격언이 있지. 지지기반이 되는 문명이 없다면, 고립한 배와 인간 집단은 두 번 다시 핵심기술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 말이야.”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피해로 우리가 처음 원정을 시작할 때 세운 목적에 집중하게 되었네. 이젠 학술적인 흥미나, 첸호 식으로 말하자면 이익을 남기기 위한 장사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그 자체가 이 아라크네 별의 원시적인 문명에 매달려 있는 것일세. 그들은 현재 정보화시대의 입구에 들어서 있네. 이제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명기 중에 꽤 강력한 산업경제를 얻을 것으로 예측되네. 우리가 앞으로 수십 년만 더 살아남을 수 있다면 거미족은 우리가 요구하는 산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야. 우리 두 원정대는 목적을 성취하게 되는 것일세. 물론 양쪽 모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막대한 인적 피해를 본 뒤지만.”
나우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30년, 혹은 50년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마도 가능할 것일세. 자원을 회수하고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그러나 진짜 문제는 우리가 협력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렸네. 이제까지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지. 공격하는 사람이나 수비하는 사람, 양쪽 모두 손에 피를 잔뜩 묻혔네. 지미 디엠에 대해서 일부러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의 음모에는 세 명 이상의 협력자가 있었네. 아마 조사해 보면 훨씬 더 많이 있겠지. 하지만, 지금 와서 숙청을 개시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살아남을 기회를 깎아 먹을 뿐이야. 그래서 첸호 중에서, 비록 조금이라도 그 음모에 참가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기회를 빌려서 말해두고 싶네. 지미 디엠과 츠프 두와 팜 파틸이 한 짓, 혹은 하려고 했던 일을 잘 생각해 보기 바라네. 그들은 모든 배를 파괴하고 하머페스트 동을 부수려고 했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폭발물에 의해 죽었고 우리가 냉동 수면에 넣었던 첸호를 죽였으며, 병실구역에 있던 에머전트와 첸호 전원을 죽였네. 즉, 지금 정세는 우리가 초래한 고립생활이라고 할 수 있네. 우리 자신의 잘못이 부른 고립생활이지. 나는 지도자로서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하겠지만, 제군의 협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네. 지금은 서로 차이점과 증오는 제쳐놓아야만 하네. 우리 에머전트는 첸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네. 자네들의 방송 네트워크를 수백 년간 보아왔고, 거기서 얻은 정보는 과학기술의 회복에 지극히 중요한 구실을 했으니까.”
또다시 피곤함에 지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이 더 좋은 고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해온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네. 하지만, 우리 에머전트는 제군이 예상하는 문명으로는 성장하지 않았네. 우리는 강력하면서도 멋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인류 우주에 소개하려고 하네. 그것이 바로 ‘집중화기술’일세. 제군의 눈에는 아마도 처음에는 기묘한 것으로 보이겠지. 부디 피하지 말아주게. 우리가 제군들의 방법을 배웠듯이 자네들도 우리의 방법을 배워야 하네. 전원이 진심으로 협력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일세. 아니 마지막에는 양쪽 모두가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야.”
윈도에서 나우의 얼굴이 사라지고 재정렬한 암석군 영상만이 남았다. 홀 안에서 첸호가 속삭이며 대화를 나누었다.
상인은 프라이드가 높고 고객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남켐 성계나 캔베라 성계처럼 큰 세력을 가진 고객문명조차도 그들에게는 들판에 핀 한 송이 야생화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답게 피어 있어도 거기서 움직일 수 없어서 언젠가는 시들어버릴 운명이다. 그러나 에즐은 이날 처음으로 첸호의 얼굴에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보았다.
《나도 지미를 도왔지. 계획에 참가했단 말이야.》
비록 관여하지 않았던 자라고 해도 파트레이저 호에서 흘러나온 지미의 목소리를 듣고 환호하지 않았던 자는 없으리라.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태그 : ADeepnessinthesky, SF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