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웨이브 - 9 飜譯物

제1부 원인불명의 죽음

2000년 1월 14일
남극반도, 시모아 섬


1


그 섬에는 죽음의 저주가 걸려 있었다. 출입이 금지된 해변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가 두 번 다시 살아서는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무덤이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곳은 아름다움과는 무관한 땅이었다. 얼음을 잔뜩 인 당당한 봉우리도, ‘도버의 백악(白堊)’에 필적하는 높은 빙하도, 혹은 거대한 대륙인 남극과 그 연안에 딸린 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수정의 성처럼 조용히 떠 있는 빙산도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모아 섬은 남극 대륙과 그 주변에서는 얼음이 얼지 않은 최대의 지표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천 년에 걸쳐서 계속 내린 화산재 덕분에 얼음이 빨리 녹아 지표의 색채는 퇴색하기 이를 데 없었고, 거의 눈을 뒤집어쓰지 않은 산이 드러누운 채 계곡을 사방으로 뻗쳤다. 그 추악한 토지 위에 얼마 되지 않는 지의류가 번식했고, 아델리 펭귄의 집단번식지 하나가 있을 따름이었다. 사모아섬에는 펭귄에 집을 지을 때 쓰는 자갈만큼은 풍부했다.

죽은 사람의 태반은 돌을 캐낸 얕은 구멍에 매장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1859년에 유빙을 만나 배가 침몰한 노르웨이의 남극탐험대원들이었다. 그들은 두 번의 겨울을 이겨냈지만, 이윽고 식량이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은 굶주림 때문에 한 명, 또 한 명 천천히 죽어갔다. 10년 이상이나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그들의 시체는, 187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포경기지를 건설하던 영국인에게 발견되었다.
다른 사람도 목숨을 잃고 시모아 섬의 돌 아래에 잠들어 있다. 병으로 쓰러진 자도 있고 포경 시즌 중의 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다.

기지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와 예상치도 못했던 강풍을 만나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몇 명인가 있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묘에는 제대로 된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얼음에 갇혀버린 포경선의 선원들은 얼음이 녹는 봄을 기다리면서 큰 돌에 추도사를 새기고는 묘지에 세웠던 것이다. 영국인들이 1933년에 기지를 폐쇄할 때까지 이 끔찍한 풍경의 지하에 60구의 시체가 매장되었다.

이 폐기된 토지를 떠돌아다니는 탐험대나 선원의 망령은, 자신들의 휴식처에 세무사, 변호사, 배관공, 주부 및 퇴직한 노인네들이 호화로운 관광선으로 찾아와서 비석을 살피거나 해안 일대에 사는 뒤뚱거리는 펭귄을 쫓아서 돌아다니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상상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 섬은 그런 침입자에 대해서도 저주를 걸 것처럼 보였다.

크루저 위에서 지루함을 참고 있던 승객들은 시모아 섬에 대해서 불길한 징후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궁전에서 기분 좋게 지내는 그들에게 시모아 섬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공작의 꼬리날개처럼 푸른 바다에서 돌기 되어 있는 미스터리어스한 미지의 섬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체험을 앞에 두고 다만 흥분에 들뜰 뿐이었다. 그들이 관광객의 제일 진으로 시모아 섬의 해안을 산책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곳은 이 배가 방문할 예정인 남극 인근의 세 번째 섬이었지만 크루저 회사의 팸플릿에는 가장 매력적인 섬의 하나로 기재되어 있었다.

승객 대부분은 이미 유럽이나 태평양 연안을 여행해 보고,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의 태반의 장소는 구경해 본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그런 일상적인 관광명소와는 다른 특별한 것을 보고 싶어했다. 사람이 이제까지 별로 가보지 못한 곳, 자신의 흔적을 나중에 친구나 동료에게 자랑할 수 있는 먼 곳을 방문하고 싶어했다.

상륙용 사다리 옆 갑판에 모여서 상륙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들뜬 상태로 그들은 망원 렌즈를 펭귄 무리로 향했다. 메이브 프레처는 그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배의 담당 승무원이 건네주는 밝은 오렌지 색의 방한 재킷과 본선과 해안 사이의 짧은 여행에서 착용할 구명조끼를 점검했다.

그녀는 정력적으로 항상 몸을 움직였다. 맡은 업무를 처리하려고 잽싸게 돌아다니면서 날렵한 몸매에는 무리하게 보이는 일도 제대로 처리했다. 여자 승객들과 비교하면 한층 키가 컸고, 남자 대부분보다도 클 정도였다. 긴 머리카락은 두 갈래로 길게 땋았으며 여름 붓꽃 같은 블론드였다. 상대방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눈동자는 심해를 연상시키는 푸른 색이며 광대뼈가 튀어나와서 굴곡이 뚜렷한 외모다. 입술은 언제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고 윗니의 중앙에 약간 틈이 있었다. 피부는 다갈색으로 잘 그을려서 건강하며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메이브는 아직 27세로 동물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었다. 학위를 딴 뒤 삼 년간의 휴가를 얻어 남극의 새나 동물의 생활에 관한 현지연구를 경험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멜버른의 대학에 제출할 박사논문을 쓰는 도중에 아델레이드 시를 본거지로 하는 모험여행 전문 관광 유람선 회사인 루퍼트 앤드 선더스 사로부터 박물학자 겸 승객의 탐험 가이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박사논문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벌어들일 좋은 기회여서, 그녀는 모든 것을 집어던진 채 이 회사의 유람선 폴라 퀸 호에 탑승해 흰 대륙을 향한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91명의 승객이 참가했다. 메이브는 육지탐험을 인솔하는 동물학자 4명 중 한 명이었다. 펭귄의 집단번식지에 포경기지의 역사적인 건물이 아직도 멀쩡한데다 노르웨이 탐험대가 전멸한 캠프장과 묘지도 있어서, 시모아 섬은 역사적인 장소이자 환경보호가 필요한 지역으로 간주하였다. 방문자가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승객들은 시간을 조절해서 그룹마다 2시간만 상륙하게 되어 있었다. 동시에 행동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강습을 받았다. 지의류나 이끼를 밟지 않을 것, 새나 동물에게 5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 등이었다. 몰래 기념품을 갖고 나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비록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승객 대부분은 오스트레일리아 인이며 뉴질랜드 인도 약간 섞여 있었다.

메이브는 22명의 방문객으로 구성된 제1그룹을 이끌고 섬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흥분한 채로 사다리를 내려가 대기하고 있는 조디악 – 잭 퀘스트가 설계한 만능 고무보트 – 에 탑승하는 승객을, 그녀는 명부와 조합하며 확인했다. 마지막 승객의 뒤를 따라 내려가려고 하자 이 배의 일등 항해사인 트레버 헤인스가 사다리 위의 그녀를 불렀다.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는 핸섬한 모습은, 승객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배를 떠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자네 그룹 사람들한테 모선이 멀어지더라도 걱정하지 말도록 당부해 두게.”

그녀는 돌아보고는 사다리 위의 그를 올려 보았다.

“어디 가시게요?”
“150km 정도 앞에서 폭풍이 발생한 모양이야. 선장님은 승객들이 거친 파도에 시달리는 것은 피하고 싶은 모양이야. 게다가 상륙탐험계획을 단축하게 해서 승객들이 불평하는 것도 역시 피하고 싶은 일이고. 선장님은 연변을 따라서 20킬로를 북상한 다음 다른 그룹을 바다표범 군락지에 내려놓고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와서 자네들을 태우고 다시 반복할 셈이야.”
“시간은 반만 쓰고 승객을 2배로 돌리고 싶다는 거네요.”
“말하자면 그렇지. 이 방법을 쓰면 돌풍을 만나기 전에 배로 돌아와서 출발할 수 있는데다 파도가 거칠어지기 전에 브랜즈필드 해협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어쩐지 닻을 내리지 않더라니.”

메이브는 헤인스가 마음에 들었다. 상급선원은 누구를 막론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달콤한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자기 방으로 끌어들이려고 수작했지만, 헤인스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2시간 뒤에 올 게”

하고 헤인스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무전기로 알려줘.”

메이브가 허리에 찬 작은 장치를 들어 올렸다.

“당신한테 제일 먼저 알려 드릴게요.”
“펭귄한테 내가 안부 전하더라고 알려줘.”
“그럴게요.”

매끈하고 거울처럼 그림자를 반사하는 해면을 조디악이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동안, 메이브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여행자 그룹을 앞두고 목적지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시모아 섬은 1842년에 영국의 탐험대 제임스 클라크 로스가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노르웨이 탐험대 40명은 배가 빙산을 만나 난파하고 나서, 1859년에 이 땅에서 전멸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살았던 곳을 방문한 다음, 거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그들의 묘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저쪽에 있는 건물 몇 채에 살았던 것인가요?”

나이가 팔순이 된 풍채 좋은 부인이 작은 만에 늘어선 몇 동의 건축물을 가리켰다.

“아닙니다.”

메이브는 대답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은 폐기된 영국의 포경기지입니다. 남쪽에 보이는 저 바위 곶을 돌아서 펭귄의 집단 번식지까지 약간 걷겠습니다만, 그전에 저기를 먼저 방문하기로 하죠.”
“이 섬에는 누가 살고 있나요?”

좀 전의 부인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르헨티나의 연구기지가 섬의 북쪽에 있습니다.”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메이브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3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어떤 집단에도 반드시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해변으로 다가감에 따라 바다 밑이 뚜렷하게 보였다. 표면에 식물이 거의 달라붙지 않은 바위가 사방에 널려 있었다. 작은 만을 건너는 그들을 약 두 길 정도 되는 해저에 드리워진 일행의 그림자가 뒤따랐다. 해변까지 도달하는 큰 파도는 없었으며 바다는 더없이 매끄러워서 작은 호수처럼 보였다. 노출된 바위를 파도가 가볍게 두드릴 뿐이었다. 선원이 선외모터를 끄자 조디악의 선수가 해면을 미끄러져 해안으로 올라갔다. 새하얀 물새가 한 마리, 그들의 머리 위를 마치 큰 눈송이처럼 활공하며 생물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전원이 조디악에서 내려오고 나서 배에서 지급되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를 신고 해안에 상륙한 뒤, 메이브가 뒤를 돌아보자 크루저는 속력을 높여서 북쪽으로 향했다.

폴라 퀸호는 크루저치고는 매우 작았다. 전체 길이는 불과 72미터에 총중량은 2,500톤이었다. 노르웨이의 벨겐에서 극지해역 순항용으로 특별히 건조된 배였다. 쇄빙선으로 사용되도록 튼튼함을 목적으로 건조되었고 얼음을 깰 필요가 생기면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했다. 배의 상부 구조 및 아랫갑판의 아래쪽을 옆으로 빙 두른 폭넓은 띠는 빙하처럼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그 외의 선체는 밝은 노란색이다. 선수와 선미에 추진기를 갖추고 있어서 토끼처럼 가볍게 유빙이나 빙산을 피해갈 수 있다. 선실은 스키 산장풍의 내장을 갖췄으며 바다에 면한 큰 전망창을 갖고 있었다.  그 외에도 호화로운 라운지나 다이닝 살롱 등의 설비도 있었다. 요리사는 미쉐랑 별 셋의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피트니스 센터가 있으며 도서관에는 남극 지방에 관한 책과 정보가 가득했다. 승무원은 훈련을 제대로 받아 숙련되었으며 승객보다 20여 명 정도 많았다.

노란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폴라 퀸호가 작아지는 것을 보는 동안 메이브는 가슴 속에 아주 약간이지만 후회와 통증을 느꼈다. 조난한 노르웨이 탐험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잃었을 때 느꼈을 것 같은 위기감을 그녀도 잠깐 체험했다. 하지만, 곧 불안한 기분을 떨치려고 잡담에 열중하고 있는 승객들을 이끌고 마치 달 표면처럼 회색을 띤 건조한 지형을 가로질러 묘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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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드라 2008/09/13 11:54 # 답글

    뒤를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갑자기 시간을 확 건너뛰는군요. 이런 작가 싫어요. T_T...

    오타발견입니다.

    "사모아섬에는 펭귄에 집을 지을 때 쓰는 자갈만큼은 풍부했다."
    사모아섬 -> 시모아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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