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웨이브 - 14 飜譯物

5

피트는 큰 모니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해상도를 높인 남극반도와 그 주변 섬의 위성화면이 모니터에 비치고 있다. 등이 깊숙이 파묻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가 아이스 헌터 호 함교의 채색된 유리창 너머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태양이 얼굴을 드러냈다. 남반구에서는 여름의 밤 11시라도 햇살은 낮이나 다름없이 내리쬔다.

폴라 퀸 호의 승객들은 이미 배를 채우고 나서 푹신한 선실의 침대에서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다. 승무원이나 과학자들은 방을 제공했기 때문에 1인용 선실을 둘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린버그 박사는 전원을 진찰해 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속적으로 손상을 줄 것 같은 부상이나 정신적인 증상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가벼운 감기에 걸린 사람이 2,3명 있었지만, 그들도 폐렴으로 전이될 것 같지는 않아서 한 시름 놓았다. 함 내 병실의 2칸 위에 있는 연구실에서는 밴 프리트가 메이브 프레처를 조수로 삼아 시모어 섬에서 날라온 펭귄과 바다표범을 해부했다. 세 명의 시체는 냉동시키고 나서 형편이 날 때 병리학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피트는 아이스 헌터 호의 거대한 쌍동 선수로 눈을 돌렸다. 아이스 헌터 호는 흔히 볼 수 있는 조사선이 아니었고 이 종류로는 유일한 선박이었다. 해양기술자와 해양과학자들의 지도에 따라 컴퓨터로 기초부터 설계한 최초의 조사선이다. 거대한 엔진이나 보조장치를 2개의 동체에 수납하고 질주한다. 우주시대에 걸맞은 원형 상부 덱에는 정교한 기술과 첨단 테크놀로지가 듬뿍 적용되었다.

승무원이나 해양학자의 거주구역은 호화로운 크루저의 스위트룸에 뒤지지 않았다. 세련된 외관 덕분에 부실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관만의 이야기다. 이 배는 튼튼했으며 삼각파도를 뚫고 매끄러지듯 항해할 수 있었고, 아무리 거친 바다도 견뎌냈다. 대담한 설계로 만들어진 삼각형 선체는 4미터 두께의 유빙을 찢고 전진할 수 있다.

NUMA의 성질 급한 책임자 제임스 선데커 제독은, 첫 번째 설계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린란드 주변에서 처녀항해를 할 때까지 모든 공정의 모든 단계에 참여했다. 눈부시게 흰 상부 덱과 청록색의 선체 구석구석까지, 그는 이 배의 모든 것에 대단한 긍지를 갖고 있었다. 선데커는 막 발족해서 긴축재정 중인데도 하원의원들 잘 구슬려 교묘하게 자금을 이끌어 내고는 아이스 헌터 호의 건조와 최첨단 설비를 갖추는데 아낌없이 투자했다. 이 배가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서 최고의 극지 조사선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피트는 방향을 바꾸어 위성에서 송신된 화면으로 다시 주의를 기울였다.
그는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길고 힘든 하루였지만 여러 가지 감정으로 가득한 하루이기도 했다. 20명 이상이나 되는 인명을 구해서 만족감으로 가득했나 하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땅 위에서 무수한 생물이 목숨을 잃은 것을 보고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그 참담한 광경은 그의 이해를 초월했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사악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숨어 있었다. 무엇이라 형언하기 어려운 지극히 사악하고 잔인한 것이.

피트의 고민은 조르디노와 뎀프시 선장이 나타나면서 중단되었다. 그들은 함교 위에 있는 관측 윙에서 15칸 아래의 기관실까지 관통하는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위성 카메라는 폴라 퀸 호로 보이는 물체를 포착했나?”

뎀프시가 물었다.

“이렇다 할 물체는 전혀 안 보이는데.”

피트가 대답했다.

“눈 때문에 화면이 흐릿해져서.”
“무선은 어때?”

피트가 고개를 저었다.

“그 배는 우주에서 온 에일리언에게 납치라도 당한 모양이야. 통신으로는 아무 반응도 없어. 그리고 하는 김에 하나 더, 아르헨티나 연구기지와도 연락이 안 되는군.”
“대체 그 배와 연구기지를 덮친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뎀프시가 말을 계속했다.

“어지간히 급작스러운 일인 것은 틀림없어. 불쌍하게도 누구 하나 조난신호도 보낼 틈이 없을 정도니까.”
“밴 프리트하고 프레처는 사인에 대해서 단서라도 좀 찾아냈나?”
“그 둘의 예비조사에 따르면, 동물의 두개골 아래의 동맥이 파열되어 출혈을 일으켰다는 점은 틀림없다네. 그 이외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어.”
“미스터리에서 미스터리로, 그리고 딜레마로. 끝없이 악화하기만 하는데도 해답은 흔적도 안 보인다는 말이로군.”

피트가 냉정하게 중얼거렸다.

“만약 폴라 퀸 호가 근해를 떠도는 것도 아니고, 웨델 해의 해저에 가라앉은 것도 아니라고 하면…”

조르디노가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을 꺼냈다.

“시 잭을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피트는 조르디노와 의미심장한 얼굴로 미소를 교환했다.

“레이디 프람바라 호처럼?”
“갑자기 그 배가 생각나는데 그래.”

뎀프시는 갑판을 바라보면서 그 사건을 떠올렸다.

“그 크루저는 몇 년 전에 푼타 델 에스테 항에서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었었지.”

조르디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회의에 참석하려던 국가원수들이 그 배에 타고 있었잖아. 테러리스트들은 마젤란 해협을 빠져나와 칠레령 피오르(협만)로 배를 끌고 가서는 빙하 밑에 정박시켰고. 더크가 그 배를 찾아냈지.”
“순항속도가 32킬로미터 정도라고 한다면.”

뎀프시가 추측했다.

“지금쯤 테러리스트 들은 폴라 퀸 호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절반쯤 갔겠군.”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여.”

피트가 자연스럽게 뎀프시의 의견을 거부했다.

“테러리스트가 남극에서 크루저를 납치해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거든.”
“그럼 자네 생각에는 원인이 뭐라고 보나?”
“그 배는 여기서 200킬로미터 이내를 표류하고 있던지, 아니면 크게 원을 그리면서 항해하는 중일걸.”

피트는 의문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듯 명확하게 단언했다. 뎀프시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네, 우리가 모르는 예지 능력이라도 갖고 있나?”
“동굴 바깥에 있던 관광객이나 선원을 죽인 현상으로 크루저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데 내 재산을 다 걸도록 하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추측이로군.”

말을 받은 것은 조르디노다.

“하지만, 그 의견이라면 폴라 퀸 호가 승객을 데리러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는 합당하군.”
“연안으로 북쪽 20킬로미터 지점에 상륙할 예정이었던 두 번째 그룹을 잊으면 안 되지.”

뎀프시가 두 명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악화하는군.”

조르디노가 중얼거렸다.

“알과 내가 상공에서 2번째 그룹을 찾아보도록 하지.”

피트는 모니터 화면을 점검하면서 말했다.

“그들이 생존해 있다는 흔적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조금 더 날아서 아르헨티나 연구기지의 연구원들을 조사해보겠네. 어쩌면 그 사람들도 죽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대체 이 사태의 원인이 뭘까?”

뎀프시가 딱히 누구를 향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피트가 두 손을 들어 전혀 모르겠다는 몸짓을 보였다.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의 멸종원인은, 이번 경우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아. 보통은 자연계의 이상현상이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하는 원인인데 말이야. 해면의 온도 변화나 적조 같은 조류의 급격한 발생은 이 경우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남은 것은 인간에 의한 오염인가.”
“그 가능성도 희박해.”

피트가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주위 1천 킬로미터 이내에, 유독화학물질을 발생시키는 공장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까. 게다가 이렇게나 단기간에 수만 마리나 되는 펭귄을 모조리 죽여버릴 정도의 방사능이나 화학폐기물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다에서 한참 떨어진 육지에 올라가 있는 펭귄까지 죽일 수 있는 물질은 상상도 못하겠는걸. 이것은 우리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위험인 것 같아.”

조르디노는 윗도리 안쪽 포켓에서 큰 엽궐련을 하나 꺼냈다. 이 엽궐련은 선데커 제독 전용의 담배로 그를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조르디노를 위해서. 벌써 10년 이상이나 조르디노는 제독전용의 엽궐련을 슬쩍 하고 있었지만, 대체 어떤 수단을 써서 손에 넣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는 굵은 흑갈색 엽궐련에 불을 붙이고는 강한 향기를 가진 연기를 내뿜었다.

“좋아.”

그는 엽궐련의 맛을 감상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인가?”

뎀프시가 담배 냄새를 맡고는 콧잔등을 찡그렸다.

“나는 루퍼트 앤드 선더스의 중역하고 연락을 해보았네. 폴라 퀸 호를 소유한 회사지. 상황을 알려주었더니 당장 상공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시작하더군. 그리고 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킹 조지 섬으로 수송해달라고 부탁해 왔네. 그 섬의 영국 과학 기지에는 비행장이 있으니까. 거기서 비행기로 승객을 오스트레일리아로 수송할 셈이야.”
“우리가 폴라 퀸 호를 찾아나서기 전인가 아니면 그 뒤인가?”

조르디노가 물었다.

“생존자가 먼저야.”

뎀프시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가 선장이어서 결정권은 그에게 있었다.

“자네들 둘은, 헬기로 해안선을 수색하게. 나는 아이스 헌터 호로 킹 조지 섬으로 가도록 하지. 승객들이 무사히 상륙을 마치면, 곧 크루저 수색에 나서도록 하겠네.”

조르디노가 싱긋 웃었다.

“그때쯤이면 여기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사이를 각지에서 몰려든 살베지 선이 가득 채워버릴 텐데.”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뎀프시가 잘라 말했다.

“NUMA는 선박의 살베지가 목적이 아니니까.”

피트는 대화를 중단하고는 웨델 해의 큰 해도를 펼쳐 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는 감에 의존하지 않고 추측보다는 과학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사물을 생각하도록 노력했다. 폴라 퀸 호가 참화에 말려들었을 때 자신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가정해 보았다. 조르디노와 뎀프시는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1분 정도 지나자 피트는 해도에서 고개를 들고 미소 지었다.

“관련된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해 보면 수색해야 할 범위를 꽤 좁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두뇌박스에 뭘 집어넣을 셈인가?”

뎀프시는 배에 탑재된 컴퓨터와 일련의 보조장비를 그렇게 불렀다.

“최근 사흘 반 동안의 바람과 조류에 관한 모든 데이터. 그리고 폴라 퀸 호 크기의 물체에 미치는 영향. 일단 표류패턴이 만들어지면 목숨을 잃은 항해사가 타륜을 쥔 채로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방향은 어디를 향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걸.”
“자네가 추측하는 것처럼 배가 원을 그리면서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진으로 고정되어 있다면 어떡하겠나?”
“그 경우에는 저 멀리 1,500킬로미터 너머로 가버렸겠지. 남태평양의 한가운데일 테니까 인공위성 화면으로도 못 찾을걸.”

조르디노가 피트에게 확인했다.

“하지만,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이군.”
“응.”

피트가 조용히 대답했다.

“이번 폭풍우로 얼음과 눈에 뒤덮인 배의 상태가 최소한의 단서가 된다고 할지라도, 폴라 퀸 호의 상부 덱은 얼음과 눈으로 두껍게 쌓였을 테니까 위성으로 찾아내는 것은 무리라고 봐.”
“빙산처럼 보일 거라는 이야긴가?”

뎀프시가 끼어들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눈으로 뒤덮인 육지의 곶처럼 보이지 않을까.”

뎀프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내 연금을 모두 걸어도 좋아.”

피트는 흔들림 없는 확신을 담아 주장했다.

“폴라 퀸 호는 남극 반도의 어딘가 육지에 좌초했거나, 멀리 떨어진 섬 중 하나에 좌초되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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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루드라 2008/09/19 15:45 # 답글

    흠 피트가 내기를 좋아하는군요. 하여간 계속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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