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웨이브 - 16 飜譯物

7

시모어 섬에서 남극 본토에 이르는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해서 그림자를 잘 반사했다. 바위산의 무리가 바다 위로 높이 치솟아서 눈으로 둘러싸인 외관을 세세한 부분까지 뚜렷하게 바다 위에 투영하고 있었다. 그런 섬들의 서쪽 바다는 몇 세기나 전에 서리에 휩싸인 범선처럼 마린 블루의 바다 위로 돌출된, 표류 중인 빙산의 대군 덕분에 잔잔했다. 진짜 배는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서는 일체의 인공물을 발견할 수 없었다.

피트 일행은 남극반도의 끝보다 약간 북쪽에 있는 댄디 섬을 우회했다. 그들의 바로 앞에는 무디 곶이, 목표물을 향해서 큰 낫을 휘두르는 노인의 관절이 툭 튀어나온 손가락처럼 굽이치며 데인저 제도를 향해 뻗어 있다. 평온한 바다는 무디 곶에서 끝났다. 따뜻하고 안락한 방안에서 문 바깥의 돌풍 속으로 나온 것처럼 느닷없이 바다는 드레이크 해협에서 불어 닥치는, 하얗게 물거품을 날리는 끊임없는 물결로 모습을 바꾸었다. 불현듯 바람이 불면서 헬기는 모형철로를 질주하는 장난감 기관차처럼 흔들렸다.

데인저 제도의 세 개의 정상이 시계에 들어왔다. 바위로 된 단애가 해면에서 높이 솟아 있고 그 끝자락 주위를 파도가 부서지며 소용돌이쳤다. 너무 예리하게 치솟은 바람에 해조들조차 그 정상에 발 디딜 곳을 만들지 못했다. 흔들리지 않는 바위는 바다에서 맹렬한 기세로 솟아오르다 벽에 부딪혀서 순식간에 물거품과 물보라로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현무암으로 된 암반은 지극히 튼튼해서 이 거칠게 날뛰는 바다에서 100만 년이나 파도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풍화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잘 갈고 닦여진 옆 모습은 거의 수직에 가까워서 커피 테이블보다 큰 평지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런 바다에서는 어떤 배라도 오래 버티지 못하겠는걸.” 피트가 말했다.
“여기 첨탑 근처에는 얕은 여울이 없네.” 조르디노가 대꾸했다.
“단애에서 돌을 던져서 닿을 만한 거리라고 해도 수심이 100길(길은 수심을 재는 단위. 양팔을 폈을 때의 길이를 뜻한다. 약 1.8미터)은 넘어 보이는데.”
“해도에 따르면 3킬로미터 이내에는 수심 1천 미터를 넘는 곳도 있는 모양이야.”

그들은 열도의 첫 번째 섬 주위를 선회했다. 성질 사납고, 음침하고, 기분 나쁜 바위 덩어리가 파도가 들끓는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희롱당하는 파도 사이로 배의 잔해로 보이는 물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해협 상공을 가로질렀다. 눈 아래로 쇄도해 오는 파도의 하얀 꼭대기를 보는 동안 분류가 되어 그랜드 캐니언을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의 눈 녹은 물을 떠올렸다. 이런 장소에서 포탄이 도달할만한 거리 안에 배를 갖다 댈 정도로 미친 선장이 있을 리가 없다.

“뭐가 보이나?” 피트는 열심히 헬기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 조르디노에게 물었다. 변덕스러운 바람이 높이 치솟은 절벽 쪽으로 그들을 몰아붙였다.
“거친 물보라를 보고 좋아하는 건 급류에서 카약 타는 녀석들뿐이겠지. 아무것도 안 보여.”

피트는 선회를 마치고 셋 중에서 가장 바깥쪽 섬을 향해 헬기의 고도를 낮췄다. 그 섬은 새까만데다 전체적으로 악령이라도 깃든 것 같았다.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도 없이 바위 첨탑은 위를 쳐다보는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것도 눈은 잡아 짼 듯이 가늘고, 작게 돌출된 바위는 뿔, 거기에 짙은 수염과 득의만만한 입매를 형성해서 마치 악마의 얼굴처럼 보였다.

“저것 좀 보게, 기분 나쁘지 않나?” 피트가 말했다.
“대체 저건 이름이 뭔가?”
“이 해도에는 딱히 이름이 실려 있지 않은데.” 조르디노가 대답했다.

그 직후에 피트는 헬기의 기수를 파도에 씻기는 단애와 평행하게 잡고 나서 기분 나쁜 섬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갑자기 조르디노가 몸을 경직시키면서 앞의 방풍 유리 너머를 주시했다.

“어이, 뭐라도 보이나?”

피트는 파도와 바위의 장렬한 격돌에서 잠깐 시선을 돌려서 아래쪽을 보았다.

“표류하는 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바다는 아무래도 상관없네. 바로 앞의 봉우리를 한번 보게.”

피트는 섬의 본체에서 인공 방파제처럼 바다 속까지 쭉 뻗어 있을 특이한 형상의 바위를 잘 관찰했다.

“봉우리 너머의 저 하얗고 작은 눈덩이 말인가?”
“저건 눈덩이가 아니야.” 조르디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윽고 피트도 그 물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래, 그렇군!” 그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그것은 매끄러우며 하얗고 앞부분을 잘라낸 삼각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위쪽 끝은 검었고 옆 부분에는 뭔가가 그려져 있었다.
“배의 굴뚝이야! 게다가 레이더 마스트가 40미터쯤 전방으로 돌출되어 있군. 잘도 찾아냈네, 알.”
“저게 폴라 퀸 호라면, 융기된 지역의 반대쪽 절벽에 충돌한 것이 틀림없네.”

하지만, 그것은 눈의 착각이었다. 상공으로 날아올라 접근하자 바다 속으로 쭉 뻗은 천연 방파제가 바로 찾고 있던 크루저이며 섬에서 500미터나 떨어진 바다 위를 아무 상처도 입지 않은 채로 떠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아직 멀쩡하잖아!” 조르디노가 외쳤다.
“하지만, 오래 버티진 못하겠는걸.” 피트가 대꾸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폴라 퀸 호는 크게 원을 그리면서 항해하고 있었다. 타륜이 어째서인지 우측으로 세게 틀어져 있는 것이다. 앞으로 30분도 지나지 않아 크루저는 원을 그리면서 암벽에 충돌해서 선체는 박살 나고 선상의 승무원과 승객은 얼어붙은 심해로 내동댕이쳐질 운명이었다.

“갑판 위에 시체가 있네.” 조르디노가 냉정하게 보고했다.

함교갑판에 두세 명이 큰 대자로 누워 있었다. 선미에 가까운 선 덱에도 몇 명이 쓰러져 있다. 한 척의 조디악이 아직도 배의 옆구리에 매달린 채로 물결 속을 끌려다녔고 보트 안에는 시체 두 구가 굴러다녔다. 모두 얼음과 눈으로 얼어붙어 있어서 누구 하나 살아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두 번 더 선회할 동안에 저 배는 바위에 충돌해버릴걸.” 조르디노가 말했다.
“우리가 저기 내려서 배의 방향을 바꿔야 하겠는걸.”
“이 폭풍 속에서는 무리야.” 하고 조르디노가 대꾸했다.
“유일하게 열린 공간은 함교갑판의 선실 옥상뿐이야. 너무 위험해서 난 하고 싶지 않은걸. 착륙하려고 일단 속도를 낮춰서 호버링에 들어갔다가는 낙엽처럼 콘트롤도 못해보고 추락할거야. 갑자기 닥치는 하강기류를 타고 아래쪽 바다 속으로 처박혀서 디 엔드.”

피트는 자신의 하네스를 풀었다.

“그럼 자네는 이 헬기를 조종하고 있게, 내가 윈치로 내려갈 테니까.”
“이봐, 구속복을 입고 고무로 벽을 장식한 방에 갇혀 있는 놈들도 그렇게 미친 소리는 안 할 거야. 실에 매달린 요요처럼 다시 되돌아오게 될걸.”
“달리 배에 탈 방법이 있나?”
“하나 있기는 한데. 하지만, 레이디스 홈 저널에는 실려 있지 않은 방법이야.”
“Q D 탄두사건에서 전함에 올라탈 때 쓴 방법 말이군.” 피트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때도 자네는 끔찍하게 운이 좋았다는 건 알고 있나.” 조르디노의 말이다.

피트는 확신했다. 크루저가 암초에 충돌하게 될 것은 피할 수 없다. 일단 뱃바닥이 찢어지면 배는 벽돌처럼 금세 가라앉아버릴 것이다. 동굴 안에 있는 메이브나 그녀가 인솔하던 승객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체불명의 전염병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냉정한 현실은 죽은 자를 해부해서 사인을 캐내라고 명령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폴라 퀸 호를 구해낼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피트는 조르디노를 쳐다보고 씨익 웃었다.

“배짱 두둑하게 공중곡예를 시작할 시간이군.”

피트는 이미 체온을 유지하고 외기로부터 몸을 보호하려고 두꺼운 나일론파일로 된 보온용 속옷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극지의 차가운 바닷물을 막아줄 잠수용 드라이 슈트를 겹쳐 입었다. 이 드라이 슈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이동 중인 헬기에 매달려 있는 동안 바람에 체온을 뺏기는 것을 막는 것. 두 번째는 만에 하나 강하가 너무 빨라지거나 느려져서 선체에서 비켜나갈 경우, 구출될 때까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살아남도록 해주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해제 가능한 하네스를 어깨에 걸고 무선 헤드셋이 내장된 튼튼한 보호 헬멧의 턱 끈을 당겨서 단단하게 죄었다. 밴 프리트의 실험장치를 넣어둔 화물칸 너머로 조종실을 쳐다보았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 입술 앞에 튀어나온 작은 마이크로 조르디노를 호출했다.
“약간 희미하게 들린다. 하지만, 엔진 소리의 간섭을 벗어나면 좀 더 또렷하게 들리겠지. 내 목소리는 잘 들리나?”
“옆에서 초인종을 울려대는 것 같다.” 피트가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배의 상부구조는 연통, 앞 마스트, 그리고 항해용 전자장비가 잔뜩 버티고 있어서 가능하면 자네를 배 중앙부에 내려놓고 싶지는 않네. 공간에 여유가 있는 선수나 선미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
“선미의 선 덱에 내려주게. 선수에는 기계가 너무 많아.”
“배가 회전하기 시작해서 바람이 바로 옆에서 불어오면, 바로 우현에서 좌현으로 이동을 개시하겠네.” 조르디노가 예정을 알렸다.
“바다 쪽에서 접근해서 절벽 아래의 바람이 잠잠해지는 기상조건을 이용하겠네.”
“알았어.”
“준비됐나?”

피트는 헬멧의 페이스 마스크 위치를 조정하고 장갑을 꼈다. 리모컨을 한 손으로 윈치 모터에 연결하고는 측면 출입구를 당겨 열었다. 갑자기 덮쳐오는 극한의 강풍에 대항할 만한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면 피트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얼어붙은 동태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는 문에서 몸을 내밀어서 폴라 퀸 호을 바라보았다.

크루저는 원을 그리면서 점점 더 죽음을 향해 다가갔다. 이대로 선회한다면 50미터 앞에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다. 데인저 제도의 가장 바깥쪽 섬의 튼튼한 암벽이, 배를 손짓하며 부르는 것 같았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배는 최후의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꼼짝도 하지 않는 상대와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미 목숨을 잃었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암벽에 부딪혀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해저로의 여행이 곧 기다리고 있었다.

“스로틀을 되돌리겠네.” 조르디노가 말하면서 배 위로 이동을 개시하는 것을 알렸다.
“기체 밖으로 나가네.” 피트가 연락했다. 릴리즈 버튼을 눌러 케이블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문밖으로 충분히 내보낼 수 있을 만큼 케이블의 길이에 여유가 생긴 뒤에 공중으로 나갔다.

몰아치는 바람에 사로잡혀 그의 몸은 헬기 기체의 경사진 후방으로 밀려갔다. 로터가 머리 위에서 공기를 갈랐다. 터빈의 배기음이 헬멧과 이어폰의 양쪽으로 흘러들었다. 피부를 찌르는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안 번지 점프의 첫 반동 후에 느끼는 것과 같은 감각을 맛보았다. 그는 크루저에 신경을 집중했다. 푸르디푸른 바다 위를 떠도는 장난감 배 같이 느껴졌다. 상부 구조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피트의 시야를 절반 넘게 차지했다.

“배 위로 접근 중.” 조르디노의 목소리가 이어폰에서 들렸다.
“선체에 부딪혀서 박살 나지 않도록 조심하게.”

그의 목소리는 마치 차고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처럼 침착했지만, 그래도 역시 목소리에서 명백하게 긴장을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낮추고 거칠게 부는 옆바람을 받는 헬기의 안정을 유지하려고 악전고투 중이다.

“자네야말로 암벽에 코를 처박아서 코피투성이나 되지 말게.” 피트가 대꾸했다.

그것을 끝으로 둘 다 대화를 중단했다. 이제부터는 판단력과 배짱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피트는 기체 후방에서 약 15미터 지점까지 강하했다. 몸이 비틀리면서 회전하려고 해서 양쪽 팔을 넓게 펼치고 회전력과 싸웠다. 조르디노는 속도를 약간 늦추자마자 자신이 2,3미터는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조르디노의 눈에는 폴라 퀸 호는 평상시와 다름 없이 스크류로 물을 휘저으며 열대의 관광객을 태우고 유람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천천히 스로틀을 한계까지 잡아당겼다. 한 칸만 더 변화시키면 헬기의 콘트롤을 잃고 바람에 희롱당할 것이다. 수천 시간에 달하는 비행에서 얻은 모든 경험을 총동원해서 그는 날았다. 물론 밖에서 보면 단순히 변덕스러운 바람에 휘말려서 떠도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바람은 비록 거칠게 불기는 했지만, 현재 침로를 유지하면 피트를 선 덱 한가운데에 내려줄 수 있었다. 나중에 그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 와서 헬기가 상하좌우로 흔들렸다고 단언했다. 피트는 윈치 케이블의 끝에 매달려 내려가면서 조르디노가 헬기를 직진시킨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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